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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 특별 기획]“우주과학은 사람들에게 꿈과 희망 선물”

MD대 서은숙 물리학과 종신교수
우주는 격렬한 변화 일어나는 곳
열정적으로 일하면 진로는 열려

세상을, 인생을 살아가는 방법은 사람마다 모두 다릅니다. 삶의 가치와 비중도 역시 보는 시각에 따라 천차만별입니다. 하지만 앞서가는 이들의 삶을 들여다보면 뜨거운 열정과 치열한 노력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워싱턴 중앙일보는 2016년 새해 어귀, 이민자로서의 장벽을 걷어내고 내일의 희망을 쏘아 올리는 한인들의 삶을 시리즈로 소개합니다. <편집자 주>

미 항공우주국(NASA) 등 전 세계 과학계가 주목하는 한인이 있다. 그동안 인류가 풀지 못한 우주의 비밀에 한층 다가섰기 때문이다. 바로 서은숙(사진) 메릴랜드대 물리학과 종신교수다.

서 교수의 연구 분야는 우주 입자인 암흑물질을 찾아내고 규명하는 일이다. 즉 별들은 과격할 정도로 활발한 운동 능력을 지니고 있는데 이러한 강력한 활동성에도 불구하고 은하계가 흩어지지 않고 제자리를 지키는 이유를 찾는 것이다. 그는 “우리가 물체에 실을 매달고 아주 강하게 돌릴 때 물체가 튀어 나가는 것을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며 “은하계의 힘을 측정한 과학자들은 은하계가 흩어져버리지 않는 이유가 무엇인지 매우 궁금해했다”고 말했다.

이런 과학자들의 궁금증을 풀어준 것이 바로 ‘암흑물질’이다. 무거운 암흑물질은 우주 곳곳에 스며들어 있다. 과격한 활동력을 지닌 별들은 암흑물질에 막혀 힘을 쓰지 못하고 조용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서 교수는 이 암흑물질의 부스러기로 추정되는 우주 입자를 찾아냈고 그 힘을 측정하고 있다. 우주에서 땅으로 떨어지고 있는 우주 입자는 먼지보다 작은 크기지만 힘은 야구선수가 던진 강속구보다 강하다. 이 우주 입자가 그대로 떨어지면 큰 재앙이지만 다행히 지구 대기권을 통과하면서 부서지고 약해지기 때문에 사람들은 무사히 생활할 수 있다. 그는 “우리 연구팀이 측정한 우주 입자가 정말 암흑물질의 부스러기인지는 측정을 더 자세하게 해봐야 알 수 있다”며 “과학계가 흥분하고 있는 이유는 지금까지 측정된 우주 입자 특성이 암흑물질의 부스러기일 가능성을 높여주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우주 입자 측정기계를 땅에 펼쳐놓고 측정해왔던 서 교수팀은 최근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측정기계를 남극에 가져간 뒤 축구장보다 큰 거대풍선에 매달아 하늘에 띄웠다. 앞으로는 측정기를 우주에 보내 측정할 계획이다. 얼마 전 박근혜 대통령이 나사에 방문했을때 우주 입자 측정기를 우주에 보내는 프로젝트에 관해 설명했다고 그는 자랑스러워했다.

우주 입자는 사람들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어서 더욱 주목받고 있다. 과학자들은 우주 입자가 날씨변화에 영향을 주거나 사람의 몸속을 통과하면서 유전자 변형도 일으킬 수 있는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최근 세계 유명 병원들이 도입하고 있는 최첨단 입자 암 치료기도 우주 입자 연구와 관련이 깊다.

서은숙 교수는 지난 2004년, 많은 연구자가 부러워하는 종신교수가 됐다. 하지만 종신교수가 되기 위해 노력하기보다 우주 입자 연구에 푹 빠져 지내다 보니 자연스럽게 길이 열리게 됐다고 설명했다. 결정적인 계기는 1980년대 후반, 나사에서 박사 후 연구원으로 있던 시절 알게 된 허름한 옷차림의 할아버지였다. 서 교수는 “연구가 재미있어 주말에도 연구실로 출근하던 시절이었는데, 반바지 차림의 60대 할아버지가 종종 연구실에 와서 말을 시키고 가더라”며 “80년대 후반, 한국에서 온 지 얼마 안 되는 제 눈에 반바지 복장의 미국 할아버지 모습은 참 특이했다”고 말했다. 그는 “나중에 알고 보니 보이저호 프로젝트 등 우주탐사에 큰 공을 세운 나사에서 가장 높은 지위에 있는 과학자였다”며 “그분이 주말에도 열심히 연구에 빠진 제 모습을 높이 평가했고, 1991년 메릴랜드대 연구원으로 끌어줬다”고 말했다.

메릴랜드대에서 보이저 프로젝트 연구원으로 일하게 된 서 교수는 연구책임자에게 자신이 학생 때부터 연구하고 싶었던 우주 입자도 연구할 수 있게 해달라고 건의했고, 연구를 허락받았다. 이후 서 교수 연구실은 성과를 인정받으며 규모가 커졌다. 학교측은 결국 2004년 교수직을 제안했다.

서 교수는 “다른 사람에게 보이려고 일하는 게 아니라 일이 좋아서 최선을 다하다 보면 어려워 보이는 길도 열리게 된다”며 “먹고 살기 위해 일하는 것을 넘어서 열정적으로 할 수 있는 일, 사명을 찾아 따라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가 지도한 학생들은 우주과학 분야 뿐만 아니라 연구실에서 배운 것을 응용해 법률, 금융 등 다양한 분야로 진출하고 있다. 서 교수는 “부모가 의대 가라고 억지로 강요해 의대 준비를 하다 흥미를 잃었던 학생이 우리 연구실에서 컴퓨터를 다루다 재능을 발견해 전공을 바꿨고 결국 록히드마틴에 취업했다”며 “로스쿨에 진학해 특허 변호사가 되거나 수학과 컴퓨터 능력을 발휘해 은행에 진출한 학생 등 다양하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우주과학에 관심이 있는 학생들은 나사 등 연구기관과 대학에서 모집하는 인턴십 프로그램을 활용할 것을 추천했다. 또 박물관이나 공식적인 인터넷 과학 사이트를 활용하면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서 교수는 정치권이 우주과학에 대한 투자를 계속해 나가도록 설득해야 한다고 말했다. 우주를 연구하면서 부가적으로 얻어지는 파생 공학기술 외에도 우주는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우주는 사람들에게 희망과 꿈을 심어주고 미래를 상상하게 한다”며 “국민이 꿈이 없고 사고가 빈곤해지면 먹을 것이 많아도 범죄율이 증가할 수 있다. 우주 분야 투자와 성과는 통계만으로 계산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서 교수는 “미국인을 대상으로 강연하면 청중의 이해도가 상당히 높다”며 “과거 우리나라는 가난해서 과학 문화를 누릴 여유가 없었지만, 지금은 그 단계를 벗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그녀는 또 우주과학기술은 군사무기 개발로 이어지는 등 국가안보와 직결되기 때문에 지속적인 투자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서 교수는 지난 2014년 워싱턴포스트 위클리매거진 표지모델로, 2006년에는 나사, 이에 앞서 1997년에는 미국 대통령상을 받았다.

심재훈 기자
shim.jaehoon@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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