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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과학

"한국 환경 고려한 미세먼지 모델링 개발해야"

원호섭 기자
입력 : 
2017-08-16 17:07:41
수정 : 
2017-08-16 19:3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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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내 30% 감축 어려워 미세먼지 10년이상 연구 필요"…중국發 피해막을 외교노력 병행
"4차 산업혁명 시대 맞이해 한인과학자協, 기여방안 모색"
美 워싱턴 한미과학자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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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부터 12일까지 미국 워싱턴DC에서 진행된 한미과학자대회의 개회식 모습. 이 행사에서는 학술논문 1000여 편이 발표됐으며 재미 한인 과학자들과 한국 과학자들이 함께 진행한 20여 개 포럼이 개최됐다. [워싱턴DC = 원호섭 기자]
"한국의 미세먼지 문제는 미국·유럽 등보다 더 심각합니다. 10년 이상 장기적인 연구가 필요합니다." 올해 미국 워싱턴DC 하얏트 리젠시 호텔에서 열린 '한미과학자(UKC) 2017' 대회에는 한미 과학자들이 그동안 연구한 1000여 편의 학술논문 발표와 함께 20여 건의 포럼이 진행됐다.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와 재미한인과학기술자협회(KSEA), 한미과학기술협력센터가 공동 주최하고 매경미디어그룹이 미디어 파트너로 참여한 이 행사에서 가장 눈길을 끌었던 포럼은 미국에서 미세먼지 연구 경험이 있는 한인 과학자들이 참여한 '미세먼지포럼'이었다. 재미 한인 과학자들은 한국의 미세먼지 연구가 단편적으로 끝날 것을 우려하며 최소 10년 이상의 장기적인 연구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지난 정부는 미세먼지를 과학기술로 해결하기 위한 '국가미세먼지사업단'을 발족했지만 예산이 적고 기간이 짧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 캘리포니아주는 1940년대부터 미세먼지 문제로 골머리를 앓아왔다. 미 정부는 공장 집진기 설치 의무화와 야외 소각 금지 등 정책을 통해 공장과 쓰레기 소각로에서 나오는 먼지의 양을 하루 400t에서 200t으로 줄였지만 1943년 로스앤젤레스(LA) 스모그 사건이 발생했다.

하겐 슈미트 캘리포니아공과대(칼텍)교수는 1968년 캘리포니아주 대기자원국 의장에 선임됐으며 1970년대 '클린 에어 액트(Clean Air Act)'로 불리는 강력한 대기환경 규제의 초석을 만들었다. 미국은 1970년 대비 2015년, PM2.5 미세먼지를 37% 줄이는 데 성공했다. 45년에 걸친 장기적인 정책과 기술 개발 덕분이었다. 정희정 UC리버사이드 교수는 "미국은 대기 샘플 수집, 오염원 기여도 조사, 물리화학적 모델링 등 세 가지 방식을 종합해 대기 질 관리를 시작했다"며 "시행착오를 겪었지만 끊임없는 연구로 조금씩 미세먼지를 잡아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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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 중 미세먼지는 자연적인 것과 인위적인 것으로 구별된다. 흙먼지나 바닷물에서 날아오는 소금과 식물 꽃가루 등이 자연적 발생 원인이라면 화석연료를 태울 때 발생하는 검댕이나 공사 현장의 날림먼지 등은 인위적인 먼지에 속한다. 이게 다가 아니다. 자동차 배기가스에 포함된 휘발성 유기화합물은 대기 중에서 화학반응을 일으켜 또 다른 미세먼지를 만든다. 정 교수는 "미국은 미세먼지를 유발하는 다양한 원인에 대한 물리화학적인 모델링을 만들어 활용하고 있다"며 "이는 미국 상황에 맞는 모델인 만큼 한국도 독자적인 모델링 개발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한국 상황에 맞는 미세먼지 모델링 개발은 상당히 어려운 과정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구온난화로 인해 동북아시아 지역에서 발생하는 대기 정체 현상도 한국의 미세먼지 문제를 복잡하게 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김현철 미국해양대기청(NOAA) 연구원의 연구에 따르면 바람 속도가 5% 변할 때 미세먼지 농도는 10%가량 요동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장묘선 플로리다대 교수는 "한국은 중국에서 넘어오는 입자와 바다에서 만들어지는 입자 등으로 세계 어느 곳에서도 찾을 수 없을 만큼 복잡한 상황"이라며 "미국에서 쏟아져나오는 미세먼지 연구 논문을 한국에 적용할 수 없다. 한국의 독창적인 모델링을 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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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자들은 10년 이상의 장기적인 연구만이 답이라고 입을 모았다. 정 교수는 "장기적인 안목으로 정치권과 기업, 지역정부가 협력해 해결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윤승준 캘리포니아주 대기자원국 연구원은 규제와 함께 기술 개발을 통한 해결책을 제안했다. 윤 연구원은 "지난 3년 동안 시행된 캘리포니아주의 기술 분석에 따르면 현재 기술을 조금만 개량하면 큰돈을 들이지 않아도 미세먼지 배출량을 줄일 수 있는 '클린 기술' 보급이 가능하다는 결론에 이르렀다"며 "또한 중소형 공장을 갖고 있는 기업도 미세먼지를 줄일 수 있는 기술 개발을 할 수 있도록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고 말했다. 재미 한인 과학자들은 중국에서 날아오는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한 외교적인 노력도 주문했다. 연구에 따라 다르지만 한국 미세먼지의 절반 정도는 중국에서 날아오는 것으로 추정된다. 김현철 연구원은 "우리가 중국에 미세먼지 저감을 요구하기 위해 체계적인 연구로 근거를 만들어놔야 한다"며 "연구가 쌓여야만 중국과 대화할 때 주도권을 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 서은숙 UKC 공동 대회장(메릴랜드대 교수)은 "과거 재미한인 과학자들의 연구력은 한강의 기적에 기여했다"며 "4차 산업혁명이라는 새로운 시대를 맞이해 재미한인 과학자와 한국 과학자들이 함께 모국에 기여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 나가겠다"고 말했다.

[워싱턴DC = 원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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